오 마이 펫

반려견을 새 식구로 맞이했다면

반려견을 가족으로 들인다는 것은 세 살 아이를 평생 키우는 것과 같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보다 올바른 방식으로 가르치며 돌봐야 반려견도 보호자도 함께 행복할 수 있다.

“담비, 코비를 구해주세요.” 반려견 행동 교정을 다루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보더콜리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방송 출연을 신청한 상태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더 입양한 것. 강형
욱 훈련사는 이들이 성견이 됐을 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강아지를 다른 곳에 보낼 것을 제안
했다. 그러나 보호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에너지 넘치는 견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집안 환경,
편안하게 쉴 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에 화가 난 시청자들은 담비·코비 보호
자를 동물 학대로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보호자의 무지가 문제견을 만든다
는 기본 법칙을 증명한 사례이며 반려견을 가족으로 들이기 전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마음의 준비는 얼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다. 어떠한 일이 생겨도 반려견을 평생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단단히 돼 있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입양하기 전 전문 서적이나 전문가가 조언하는 영상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충분히 쌓아두는 노력도 필요하다. 반려견이 집에 와 벌어지는 여러 사소한 문제에 당황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보호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반려견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초보 보호자의 흔한 실수 중 하나는 강아지를 의인화하는 것이다. 아기 다루듯 ‘엄마가 다 해줄게’ 식의 해결법은 반려견을 의존적으로 만들 뿐이다. 심한 분리불안을 막으려면 보호자는 최대한 반려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옆에서 돕고 칭찬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스스로 판단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반려견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함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사회화

반려견의 사회화 최적기는 호기심이 강한 생후 8주에서 16주. 이 시기를 잘 보내야 인간 사회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아도 집 밖으로 나가 다양한 냄새와 소리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사회화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고, 천둥, 자동차, 초인종 등 외부 소음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교육은 필수다. 사회화 시기의 체벌은 반려견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갖게 해 공격성이 생기거나 보호자를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요즘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유기견 입양은 성견일 경우, 사회화 시기를 놓쳤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보호자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성견이라도 예의 바른 반려견으로 돌볼 수 있다. 사회화는 평생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규칙을 정하고 약속은 꼭 지킨다

반려견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 이상 규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 간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가족들이 일관성 없이 행동하면 반려견은 혼란스러워한다. 예를 들어 엄마 보호자는 침대나 소파에 올라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허용하고 아빠 보호자는 불허한다면? 반려견은 소파나 침대에 더욱 집착하게 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자주 간식을 주는 행동도 좋지 않다. 간식은 보상이어야 한다. 정해진 곳에서 배변에 성공했을 때, 이름을 불러서 왔을 때, 기본적인 예절 교육을 시킬 때 등 가족이 만든 규칙을 잘 지켰을 때 간식을 허용하자. ‘앉아, 기다려, 엎드려’ 같은 기본예절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데, 오락이나 재주가 아니라 반려견이 흥분해 생기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

필요한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간 식사,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 산책을 통한 적절한 운동과 놀이, 심장사상충 예방과 항문낭 등 기초 위생 관리는 반려견 건강의 기본이자 기초다. 필요한 용품은 의외로 많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구비하기보다 꼭 필요한 것 먼저, 그리고 반려견의 특성과 성격에 맞춰 구입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목줄과 하네스는 집 밖으로 나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 쉽게 흥분하고 앞으로 힘주어 나아가는 반려견에게 목줄은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어깨와 가슴을 고정하는 하네스는 모양과 기능이 다양해 반려견의 체격과 습관에 맞춰 골라야 한다. 반려견의 산책 습관을 관찰해 지금 사용하는 용품이 맞지 않다면 빨리 교체하자. 이름표(인식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반려동물 등록번호, 보호자 이름, 전화번호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집은 반려견의 휴식 공간이다. 어떤 반려견은 방석 형태를 좋아하는가 하면 지붕이 있어야 안정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밥그릇과 물그릇은 분리해준다. 또 바닥에 내려놓지 말고 반려견이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먹을 수 있도록 높이를 맞춰야 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카시트는 반려견과 함께 자동차로 이동할 때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절대로 운전자가 안거나 무릎 위에 두고 운전해서는 안 된다. 이동 가방(케이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서 필수다. 천 소재라면 반려견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바닥면 등 구조를 살피고 안정감을 느끼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스텝(계단)은 침대나 소파를 오르내리는 반려견에게 꼭 필요하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슬개골 탈구, 골절 등이 오기 쉽다. 매트도 슬개골 보호에 필요하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마루나 방바닥은 반려견에게 미끄럽고 딱딱하
다. 주 활동 공간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자. 옷을 입히는 것을 보호자의 욕심과 재미 때문이라고 치부하기도 하는데 뜨거운 햇빛, 차가운 바람, 진드기와 모기 등을 막아준다. 네 발을 모두 끼우는 올인원 스타일은 슬개골 탈구, 디스크 등이 우려되므로 권하지 않는다. 유모차는 노령견이나 몸이 아픈 반려견의 산책, 이동에 큰 도움이 된다. 케이지 무게가 부담스러운 보호자에게도 좋다.

카밍 시그널 이해하기

반려견은 말을 할 수 없으므로 보호자는 행동을 읽어 문제를 알아내야 한다. 신체 일부를 심하게 핥거나 물어뜯고, 생식기와 항문 냄새를 과도하게 자주 확인하고 핥는다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증거다. 보호자나 가족이 반려견을 필요 이상으로 만지거나 쓰다듬어도 스트레스가 된다. 척추에 문제가 있어도 앞발을 심하게 핥는다. 앉는 자세가 평소와 다르거나 몸을 자주 터는 행동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상과 환경의 변화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동물병원을 찾아 검사해보자. 반려견이 보내는 시그널을 인간 행동 방식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반려견의 하품은 졸려서가 아니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뜻이다.

잘 먹어야 건강하다

건강관리는 좋은 사료를 먹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소화 흡수가 잘되는지, 기본 영양소가 고루 함유돼 있는지, 보존제나 향미제 등의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지, 안전성 기준에 적합한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료 포장지에 표기된 원료와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큰 용량을 구입해 오랫동안 먹이기보다 작은 용량이나 소포장으로 가급적 신선한 상태에서 먹이자.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맞춰 사료를 바꿔주기도 하지만 영양 균형이 좋은 사료라면 계속 먹여도 된다. 다만 반려견도 한 가지만 오래 먹는 것보다는 다른 맛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끼므로 두세 종류를 번갈아 줄 수도 있다. 이때는 사료를 갑자기 바꾸지 말고 기존의 먹던 사료에 새로운 사료를 조금씩 섞어가며 비중을 늘려준다. 기호성도 살펴야 하고 자칫 소화기관이 적응하지 못해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면역력이 중요하다. 또 반려견이 흔히 약해지는 관절, 피부, 눈, 장 등은 적절한 영양 관리가 도움이 된다. 전문 브랜드의 믿을 만한 제품을 사료와 함께 꾸준히 급여하는 것이 좋다.

잘못된 정보는 바로바로 걸러내기

반려견의 이상행동은 보호자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료를 먹지 않는다고 간식으로 배를 채워주거나 산책을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끌고 나가는 등 보호자가 정한 틀 안에서 반려견을 강제하거나 인터넷, TV 등에서 얻은 정보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책이나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경험이 풍부한 보호자의 조언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여러 동물병원을 다니기보다 한곳을 정해 꾸준히 다니는 것이 좋다. 우리 집 반려견의 상태를 잘 알고 병원을 바로 찾을 수 없는 상황에도 전화로 응급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친밀한 관계 유지는 필수다.

모두를 위한 펫티켓

반려 가족이 천만을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반려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위험하지 않은 소형견이라며 목줄 없이 산책을 시킨다거나 배변 처리를 하지 않는 보호자들이 이를 더욱 부추긴다. 공격성이 있거나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반려견은 반드시 입마개를 하고 반려견을 무서워하는 사람과 마주쳤다면 반려견을 안아 올리거나 옆으로 비켜서서 배려한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려견끼리도 보호자가 서로 허락한 상황에서만 가까이 다가가 인사하고 반려견이 싫어한다면 바로 자리를 뜬다. 타인의 반려견에게 간식을 줄 때는 보호자에게 반드시 허락을 받는다.

글 김민정
도움말 김윤진 훈련사(사단법인 유기견 없는 도시)
참고 <어서와 반려견은 처음이지?>(최인영, 리드리드출판)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강형욱, 동아일보사) <삐뽀삐뽀 반려견 육아 대백과>(위혜진·이봉희·이태형, 알에이치코리아) <카밍시그널>(투리드 루가스, 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