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캡틴

2023 Summer

프로 데뷔 후 17년 동안 안양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원클럽맨(One Club Man)으로 활약한 양희종 선수. 2022 ―2023 시즌, 팀의 두 번째 통합 우승을 이뤄낸 뒤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인 그를 만났다.

“나의 BOSS, 나의 LEADER, 나의 CAPTAIN, YES SIR.

지난 3월 26일 안양실내체육관에 가수 강승윤의 ‘CAPTAIN’이 울려 퍼졌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와의 홈경기 하프타임, 안양 KGC인삼공사 주장 양희종 선수의 은퇴식이자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양희종 선수의 17년 동안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고 감사패와 함께 등번호 11번을 새긴 유니폼 액자가 그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가족들과 원주 DB 프로미 박찬희 선수가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팀이 창단된 후 첫 우승의 영광을 그와 함께했다. 시종일관 덤덤하던 양희종 선수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2007년 KGC의 전신 KT&G에 입단해 2011-2012 시즌 창단 첫 플레이오프 우승, 2016-2017 시즌 창단 첫 통합 우승, 2020-2021 시즌 KBL 최초 플레이오프 10연승 우승…. 영광의 순간순간을 함께하며 캡틴으로서 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 팀의 두 번째 통합 우승 달성과 함께 선수 생활의 마지막 여정을 마쳤다. 후배와 팬에게는 그의 은퇴가 아쉽지만 양희종 선수는 이제 한 쿼터를 끝냈을 뿐이다. 그는 곧바로 지도자 공부를 위해 해외 연수를 떠난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우리의 영원한 캡틴을 만났다.

17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감회가 새로울 듯한데요.

생각한 것보다 마음이 편해요. 오히려 은퇴를 발표했을 때, 주변에서 너무 아쉬워하는 바람에 공허하고 우울했죠. 그래서 ‘은퇴를 번복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어요(웃음). 은퇴식을 했지만 플레이오프까지 경기가 남아 있어 평소처럼 훈련하고 선수들과 함께 생활해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어요. 은퇴식 때는 세 차례 정도 울컥했는데, 특히 가족들이 꽃다발을전해줄 때 힘들었어요. ‘여기서 눈물이 터지면 이후 일정은 망한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죠. 분위기가 가라앉는 게 싫어서 소감문에도 유머를 섞었는데 다행히 현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정든 팀을 떠나는 건 섭섭하지만 그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합니다.

안양 KGC인삼공사 최초로 11번, 영구결번을 받았습니다.

숫자 11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제 생일이 양력 5월 11일, 음력 4월 11일이에요. 그래서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 등번호로 정하고 줄곧 11번을 달았어요. 동료들이 ‘넌 팔다리가 길어서 11번이 잘 어울린다’고도 했고요(웃음). 영구결번을 받는 특급 대우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입단했을 때도 어린 나이였는데 선수로 뽑아주셨죠.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을 줄 몰랐어요. 농구 인생을 함께 걸어온 회사와 팀은 제게 제2의 고향입니다. 특히 2011-2012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팀이 창단된 후 첫 우승이었죠. 상대 팀이 워낙 강해 다들 저희가 이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웠어요. 6차전 마지막에 제가위닝샷을 넣어서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은 지금 떠올려도 짜릿합니다.

이번 시즌 우승까지 플레이오프 통산 총 네 번이나 우승한 강 팀의 주장으로서 비결이 있다면?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농구는 코트에서 뛰는 5명의 선수가 조화를 잘 이뤄야 해요. 당연한 말이지만 각자 자기 몫의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저는 코트에서 뛸 때 경기가 안 좋게 흘러가면 일부러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려고 했어요. 제가 힘들어하면 후배들도 따라서 기가 죽거든요. 그런 면에서 선수로서, 캡틴으로서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같습니다다만 제가 힘들 때는 정작 말할 데가 없었어요. 그럴 때는 아내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받곤 했습니다.

코트 밖의 양희종 선수는 어떤 남편, 어떤 아빠인가요. 일상 생활도 궁금합니다.

아내에게는 과묵한 남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게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체력이 정말 좋아서 제가 먼저 지칠 정도예요. 큰아들 태웅이가 농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서, 운동을 시켜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아직 기대할 정도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태웅이가 프로 선수가 돼 KGC인삼공사에 입단한다면 영구결번인 제11번을 물려주고 싶어요. 최근 골프에 재미를 붙였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농구 외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해본 운동이 있나 싶을 정도로 푹 빠졌죠. 새벽 필드에서 이슬 맺힌 잔디를 밟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즐기는 실외 스포츠는 농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건강관리는 잘 자고, 잘 먹는 게 비결이죠. 몸에 좋다고 하면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합니다. 홍삼도 매일 꾸준히 먹고 있어요. 홍삼정을 주로 먹다 최근에는 녹용이 들어간 정관장 천녹 라인도 좋더라고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홍삼 외에도 별도로 더 구매해서 온 가족이 먹고 있어요.

지도자로 나아갈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KGC인삼공사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농구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가서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지도자로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워 온 선진 농구를 우리 선수들에게 접목시켜주고 싶어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더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은 지금 잘하고 있고 명문 구단으로 미래가 밝습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탄탄한 연대감이 중요합니다. 항상 배려하고 힘들 때는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리라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주세요. 정관장 고객과 <심> 독자 여러분도요!

글 한수빈 사진 한준희 진행 이채현

KGC인삼공사(심 2023년 여름호) ⓒkgc.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