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아름답게

모두를 위한 마음 처방전

2023 Spring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힘들었겠다’

심리치료사 고은지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힘들었겠다’ 진심 어린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상처 난 마음들을 마주해온 심리치료사 고은지는 공감과 응원의 힘을 믿는다.
마음을 토닥이는 말랑한 힐링곰의 탄생은 생채기 난 마음에 새살을 돋게 하는 그녀다운 처방이었다.

몸 건강은 부지런히 챙기면서 왜 마음 건강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할까?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걸까, 용기가 부족한 걸까? “내 마음을 읽는 일인데도 다들 서툴러요. 저도 그런걸요. 누구나 한 편으로는 부족하고, 불안하고, 미성숙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출발입니다.”
아동심리학을 전공한 고은지 심리치료사가 그 첫 단추를 일러준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상담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며 그가 깨달은 바는 모두가 미완의 존재이지만 또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안에는 모두 성숙한 자아가 있거든요. 힘들고, 상처받고, 작아졌을 때 이 성숙한 자아를 끌어내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발견하고 키워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웹툰 캐릭터 ‘힐링곰 꽁달이’를 만든 것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 약해지고 작아진 나를 절대 떠나지 않고 지켜주는 힐링곰은 내면의 성숙한 자아다. 함께 등장하는 미래와 성공을 걱정하는 거북이, 외로움을 타고 자존감이 흔들리는 유리 멘탈 강아지, 관계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토끼 또한 우리의 일면이다.

웹툰은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되며 치유의 공간을 넓혔다.
그는 특히 관계에 주목한다. 숱한 마음의 문제들이 관계의 어긋남에서 비롯됨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훗날 친구 관계, 연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아이들의 회복을 위해서는 부모 상담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말을 잘 듣던 순종적인 아이가 갑자기 반항하고 문제 행동을 보이면 고작 초등학교 3~4학년생인데도 ‘사춘기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부모님이 많아요. 그런데 이는 아이가 힘이 생기면서 비로소 자기표현을 하는 거예요. 그동안 부모에게 공감받지 못한 시간이 길었겠죠.”
온전한 감정을 꺼내기 위해서는 제법 용기가 필요하다. 때론 미묘한 감정들이 얽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나와 다른 상대와의 연결은 이렇듯 풀기 어려운 숙제다. 그래서 그는 힐링곰 꽁달이를 빌려 ‘잘못된 감정이란 없어. 필요하기 때문에 느끼는 거야’라고 위로한다. 예민하고, 서운하고, 불안하고, 그 어떤 감정도 옳다고 말이다.

내 안의 단단한 내면, 힐링곰 찾기

내 마음은 물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진된다.
고은지 심리치료사는 신체 건강을 위해 기초 체력을 다지듯 마음 건강을 위해 내면의 힘을 기르는 처방전으로 힐링곰 꽁달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툰은 지난해 겨울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출간으로 이어졌다. 보다 다양한 마음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듯 더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펴낸 책이다. 어느덧 인스타그램 팔로어 12만 명에 달하는 유명 작가가 된 그는 수시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꽁달이를 통해 위로를 전한다.
“코로나19가 모든 사람에게 혹독했잖아요. 특히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우울감이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많아요. 잠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 원래부터 우울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분명 더 단단해져 있을 거라고요.”

그는 스스로를 자신감 있게 꾸미는 노력도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인다.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외면적인 모습도 신경 쓰며 자신의 매력을 끌어올려 누구 앞에서나 당당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마음 건강법일지도 모르겠다.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주일에 2~3회 필라테스를 하고 매일 한 시간 이상 걷고 있어요. 식사는 하루 두 끼, 잠은 7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하죠.” 수분 부족 지성 피부인 그는 꼼꼼한 클렌징과 수분을 채우는 데 집중하며 피부를 관리한다. 몸의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도 챙기는데, 최근에는 화애락 이너제틱을 섭취한다.

사실 그 역시도 건강한 일상을 위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쉬지 않고 일한 탓에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간 주체적으로 쉬는 기간을 정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기’ ‘보고 싶은 만화 실컷 보기’ ‘문득 바다 보러 가기’ ‘게스트하우스에 묵어보기’ 등과 같은 느슨한 계획들로 그 시간을 채우고 나니 불안이 낮아지고 활력이 되살아났다.
그는 앞으로 힐링곰 꽁달이에게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로 사랑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존재로 키워나가려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돼 나를 토닥이는 꽁달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꽁달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나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래?’라고 묻는다. 이에 꽁달이는 머뭇거림 없이 답한다. ‘물론이지. 잘하고 있어. 지금 네 마음은 당연한 거야’라고 말이다. 누구의 마음속에나 힐링곰 한 마리가 살고 있기를. 심리치료사 고은지의 따뜻한 바람이다.

진행 김민정 글 강현숙 사진 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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