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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의 봄

2024 Spring & Summer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프로배구단 메가 & 지아. 올 시즌 유독 빛났던 두 외국인 선수는 팀 스포츠의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모든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다. 기나긴 시즌을 거치며 상위 팀들만 오를 수 있는 플레이오프를 위해 날아오르고 내리꽂는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프로배구단이 그 일을 해냈다. 7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봄 배구’를 일궈낸 것이다. 팬들은 ‘정관장의 봄’이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특히 두 명의 외국인 공격수인 메가와 지아에게.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 처음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 합류했다. 미국 출신 지아는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¹⁾, 인도네시아 출신의 메가는 올해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²⁾를 통해서다. 두 사람 모두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 적응하며 팀플레이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녹록지 않은 과정 속에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팀에 헌신하는 ‘워크에식(Work Ethic)’도 돋보였다. 비시즌 기간에 치러진 혹독한 체력 훈련을 버텨냈고 지아는 경기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자 30분씩 일찍 나와 따로 훈련하기도 했다. 그렇게 흘린 땀은 두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는 코트 밖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며 충전되는지 궁금하다.

코트 위의 밝은 에너지, 메가

메가왓티 한게스트리 퍼티위, 선수 등록명 메가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공격을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V리그 시즌이 인도네시아보다 조금 더 긴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어 적응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한다. 레드스파크스에 또래 선수들이 많아 금방 친해지고 어린 선수들이나 고참 선수들과도 쉽게 어울렸다. “제가 수다 떨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국적은 우리나라보다 기후가 따뜻한 인도네시아다. 작년 7월부터 합류해 우리나라의 가혹한 겨울을 처음 맞이했다. “이렇게 매서운 추위는 처음이라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눈을 만져볼 수 있어 좋았어요.”
항상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코트를 누비는 메가는 평소 모습도 그대로다. 떡볶이, 불고기, 호떡 등 길거리 음식도 좋아한다.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부터 한식을 자주 먹어왔는데 빠른 적응에는 이런 식습관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슬람교도인 메가는 코트 위에서도 히잡을 착용한다. 돼지고기도 먹지 않는다. 단체 생활이 불편할 수 있다. “팀에서 많이 배려해주고 있어요.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에는 따로 스티커를 붙이거나 할랄 음식을 준비해주시거든요.”
경기가 없는 날은 대부분 훈련에 집중하고 쉬는 날은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대전 인근의 핫 플레이스나 맛집을 찾아다니는데,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김윤솔 통역 스태프와 함께하거나 혼자 가기도 한다. “쉬는 날인데 방 청소만 하고 잘 때도 있어요.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증거죠.”
평소 체력 관리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며 그중에서도 ‘잘 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쉬지 못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훈련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레드스파크스 선수답게 체력 관리를 위해 매일 정관장 홍삼과 녹용을 챙겨 먹는다. “요즘은 아침마다 천녹을 먹고 있어요. 경기가 많아서 꾸준히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해요.” 제일 좋아하는 제품은 ‘홍삼마누카’와 ‘굿베이스 홍삼담은 석류스틱’이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라 늘 몇 개씩 갖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나눠 준단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이 ‘홍삼의 나라’로 알려져 있어요. 한국에 오기 전에도 홍삼의 효능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정관장에 합류하고 홍삼과 녹용을 거의 매일 먹고 있어서 더 좋다는 메가의 레드스파크스에 대한 ‘찐’ 애정이 느껴진다.

책임감 강한 파워 히터, 지아

지오바나 밀라나, 선수 등록명 지아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란 왼쪽 사이드에서 공격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공격뿐 아니라 수비와 블로킹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지아가 V리그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성장을 위해서다. “V리그는 도전적이며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스스로 밀어붙이면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 결과 정관장의 지명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순간, 크나큰 기쁨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생겨났다.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저를 환영해줬어요. 제가 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저에 대해 알고 있었죠. 동료 선수들은 가방에 매다는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기도 했답니다. 정말 감동했어요”
팀에서는 자연스럽게 메가와 가장 친해졌다. 김윤솔 통역 스태프와 함께 셋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때로는 자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적으로 힘들어 하면 메가가 저를 웃게 만들어요. 햇살처럼 밝고 재미있는 여동생처럼요.” 다른 팀원들에게도 애정을 갖고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 서툴러도 한국어로 대화하려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아의 고향은 미국 미시간주 로메오다. 디트로이트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옥수수밭과 말 농장으로 둘러싸인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숲이나 길을 걸으며 평온함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는 그의 휴식처가 숙소 가까운 곳에 있다. 대청호다.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대청호 주변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계곡 트레킹도 해요. 다른 세상인 것처럼 기분도 색달라요.”
늘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는 부담감,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고될 수밖에 없다. 매 순간 집중해야 하며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엔 서브가 어려웠지만 거듭된 훈련을 통해 이제는 안정적으로 서브를 넣을 수 있게 됐다. 스포츠 선수에게 멘탈 케어는 체력만큼 중요하다. “우연히 본 영상에서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순간순간 해야 할 것들을 하라’라는 메시지가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 팬들도 큰 힘이 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거든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응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에디터 정혜진 사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프로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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